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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세얼간이’
  • 작성자 김주연
  • 작성일 2012.02.21
  • 조회수 9130



영화리뷰 ‘세얼간이’

                                                치 과 김택우 선생님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카이스트클리닉에 몸 담은 지 2달이 지날 무렵 일도 익숙해지고 사람들과도 친분이 쌓여갔지만 반복되는 일상은 내 정신과 육체를 조금씩 늘어지게 만들고 있었다. 우연히 본 영화 포스터. 딱 봐도 평소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부류의 영화다. 어이없는 에피소드를 이어가는 코미디영화, 게다가 보통 런닝타임이 3시간을 넘는 인도영화다. 난 이런 영화는 절대 보지 않는다. 그런데....... 추천수가 엄청나다. 경험상 이런 경우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재미, 그리고 감동을 주는 영화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별히 할 일도 없고 시간도 남아돌아 별 기대 없이 의자에 기대어 플레이를 눌렀다. 어라. 시작부터 뭔가 정신없다. 배우들 연기도 좋네. 조금씩 자세가 바로 잡아진다. 음악에 몸이 덩실덩실. 주인공이 우니까 나도 눈물이 나네. 헉~~ 가슴을 조이는 감동이 물 밀 듯이 밀려온다. 엔딩컷 후 스탑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영화의 여운을 느끼고 있다. 3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다니. 놀랍다.


이 영화는 <아바타>를 제압한 인도 흥행수익 811억원! 전세계 역대 인도영화 흥행순위 1위! 타임지 선정 ‘발리우드 영화 베스트5’ 2011년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영화 1위에 선정 되었다.

질문을 즐기는 창의적 학습의 성과와 암기에만 의존하는 기계적 공부의 폐해를 다룬 영화로 창의적인 학생과 관습적인 학장의 진검승부로 마지막에는 누가 진짜 얼간이인지를 보여준다.


“하물며 맹수도 채찍질이 무서우면 의자에 올라앉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맹수를 가리켜 ‘훈련 잘 받았다(well-trained)’라고는 해도 ‘교육 잘 받았다(well-educated)’라고 하진 않습니다.” 인도의 일류 공과대학에 다니는 란초가 암기 위주의 공부를 요구하는 학장에게 날린 통쾌한 일격이다. 란초의 단짝친구인 라주와 파르한은 그런 란초가 부럽다. 가난한 신분의 가족을 뒷바라지하려고 마지못해 공대에 왔고, 사진작가가 꿈인데도 부모의 바람에 짓눌려 공학을 택한 자신들과는 달리 란초는 거침없고 자유로운 영혼이니까.


“네 마음의 소리를 잘 들어봐. 끝까지 너의 재능을 포기하지 않으면 성공은 꼭 따라와(Listen to your heart. Persue excellence, and success will follow).” 성공이란, 그 뒤를 따라만 간다고 해서 넙죽 우리 품에 안기지 않는다는 걸, 대신 마음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 그에 감동한 성공이 제 스스로 우릴 따라온다는 걸 일깨우는 충고다. 내가 늦은 나이에 다시 한 번 수련이라는 험난한 여정을 결심하는데 있어 아랫배 가득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의 배경은 우리가 근무하고 있는 카이스트 학생들의 삶과 아주 비슷하다. 단순히 공부 잘하는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들로 여기기만 했던 학생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


살아가는 의미를 잃어 버린 당신! 도통 재밌는 일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것 같은 당신! 하는 일마다 틀어져서 인생의 패배자가 된 것 같은 당신! 숨 한번 크게 쉬고 잠깐의 여유를 가지고 편안하게 이 영화를 관람해 보시라. 마치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나도 모르게 너무나 사랑스러운 내 자신을 위해 왼쪽 가슴에 손을 대고 ‘알이즈 웰( Aal izz well = All is well )’을 외치는 자신을 발견하시게 될 것이다.